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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살아 있는게 무엇인가? (서산대사)

clara40 2016. 7. 19. 09:04


                                  살아있는게 무엇인가?

                                    - 西山大師 詩碑에서-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순간 (瞬間)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空氣)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 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追憶)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香氣)로운 꽃 피우면,
천국(天國)이 따로 없네,극락(極樂)이 따로 없다네.
생(生)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 自體)가 본래( 實體)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千)가지 계획(計劃)과 만(萬)가지 생각(生覺)이
불타는 화로(火爐)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大地)와 허공(虛空)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생야 일편 부운기 (生也 一片 浮雲起)
사야 일편 부운멸 (死也一片浮雲滅)
부운 자체 본무실 (浮雲 自體 本無實)
생사 가래 역여시 (生死去來亦如是) 
       
 


묘량산(妙香山) 원적암에서 칩거(蟄居)하시며,
많은 제자(弟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西山大師)께서
85세(歲)의 나이로 운명(運命)하시기 직전
위와 같은 시(詩)를 읊고 나서 많은 제자(弟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시고 앉아 잠든 듯

입적(入籍) 하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