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피아노

[Piano] M, Ravel : 밤의 Gaspard (P : A.B. Michelangeli)

clara40 2016. 8. 8. 15:44



                                             Maurice Ravel

                           Gaspard de la Nuit

                               (밤의 가스파르)

                       Arturo Benedetti Michelangeli, piano


   

1곡. ‘Ondine’ (물의 요정)

   베르트랑의 환상적인 언어가 라벨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한 첫 번째 장으로,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모습과 파도치는 잔잔한 물결이 피아노로 구현되는 첫
대목은 순결한 아름다움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옹딘은 남편의 사랑을 잃고, 결국 남편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는 전설 속의
물의 요정이다. 라벨은 신비롭지만 창백한 파란색이 연상되는 화성으로 상처
받은 요정의 절박함과 음산함ㆍ집착을 황홀하게 펼쳐 낸다.
  리스트의<에스테장의 분수>의 훌륭한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옹딘’은<물의
유희> 이후 물에 대한 라벨의 묘사력이 극한에 다다른 걸작으로, 그의 작품을
꾸준하게 연주했던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해럴드 바우어에게 헌정되었다.
 
                      

 

- 베르트랑의 시 ondine"
      
“들어봐요, 들어봐요! 부드러운 달빛에 비친 당신의 유리창에
물방울을 흩뿌려 울리게 하는 것은, 나 물의 요정이랍니다.
그리고 여기 무지갯빛 가운을 걸친 저택의 아가씨가 발코니에
서서 별이 총총한 밤의 아름다움과 잠든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요.
흐름을 헤엄치는 물방을 하나하나가 물의 요정이고, 흐름의
하나하나가 나의 거처로 가는 오솔길이며, 그리고 나의 거처는
깊은 호수 속에 불과 흙과 공기의 세모꼴 속에 물로 만들어져 있죠.

들어봐요, 들어봐요! 나의 아버지는 푸른 버드나무 가지로 물가를
찰랑거리고 계시죠. 그리고 나의 자매들은 그 물거품의 팔로 물백합과
글라디올러스가 우거진 푸른 풀의 섬을 쓰다듬고, 수염을 드리우고
구부정하게 강물에서 낚시하는 버드나무를 놀려대지요.”       

낮은 목소리로 그녀는 나에게 애원했다. 그녀의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고, 물의 요정의 남편이 되어 그녀의 거처에 와서 호수의 왕이 되라고~
그리고 나는 인간 여성을 사랑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샐쭉해
져서 투정부리며 나지막하게 울다가 갑작스럽게 소리 내어 웃더니
물방울이 되어 나의 푸르스름한 창문을 타고 하얗게 흘러내려서는
이내 흩어져 버렸다. 
      
2곡. Le Gibet (교수대)                                   
  해질 무렵 교수대에 매달린 사람을 황량하고 조용하며 엄숙하게
묘사한 두 번째 장인 ‘교수대’는, 앞선 ‘옹딘’의 관능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사뭇 대조를 이룬다.
  죽음을 암시하는 B 플랫의 종소리가 페달의 효과와 저 음역의 반복
적인 리듬과 함께 집요하게 울려 퍼지며, 나른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일종의 종교적인 정화의 이미지 까지를 기괴하게
내 비친다.
  음악 평론가 장 마르놀은 친구 라벨의 음악을 열정적으로 옹호
했는데, 라벨은 “이 곡은 셋 중에서 가장 덜 어려우니까, 자네도
연주할 수 있을 거야.”라는 편지와 함께 이 작품을 그에게 헌정했다. 

                                 
      
- 베르트랑의 시 ‘Le Gibet’ (교수대)

아! 내가 들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밤 바람의 음산한 울림이었던가?
아니면 교수대에 매달린 죽은 이의 한숨인가?
아니면 그것은 나무가 불쌍히 여겨 보호해 주는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였던가?
그것은 죽음의 소리에 멀어버린 귓 가에서
파리가 먹이를 찾는 신호인가?
아니면 벗겨진 머리의 피투성이 머리칼을
잡아 뜯는 풍뎅이인가?
아니면 아마도 죄어진 그 목을 장식하려고 길다란
머슬린을 짜는 몇 마리의 거미인가?
그것은 지평선 너머 마을의 벽에서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붉은 석양을 새 빨갛게 물들이는 목 매달린 시체.
       
3곡: Scarbo (스카르보)     
  ‘스카르보’는 피아노 역사상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손 꼽히는데,
그 연주 효과 또한 최고 수준이다. 라벨은 Balakirev의<Islamey>보다
연주하기 어려운 작품을 작곡하고자 했고, 결국 그 염원은 ‘스카르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난쟁이 요정인 스카르보의 익살스러움과 괴기스러움을
그려낸 이 음악은 격렬한 악센트와 숨 가쁘게 전환되는 장면들, 질주하는
음표와 옥타브의 향연으로 점철되어 있는 만큼, 연주자로 하여금 고도의
테크닉과 극단적인 감정 표현을 요구한다.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저 수많은 음표를 또렷이 살려내야 하는 테크닉과
여기에 격정과 몽환을 오고 가야 하는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특히 건조한
페달과 깊은 페달의 효과적인 사용을 통해 악보에 적혀 있는 것 이상의 음향
조탁과 영상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곡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스위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간츠에게 헌정되었다.
       
                
- 베르트랑의 시 ‘Scarbo’ 
      
오! 몇 번이나 나는 스카르보를 보고 들었던가,
황금빛 꿀벌로 얼룩진 남색 깃발 위에 은화같이 달이 밝은 한밤중에!
몇 번이나 나는 들었던가,
내 침대를 둘러싼 실크 커튼 속에서 긁어대는 듯
울려 퍼지는 그의 웃음 소리를.       
몇 번이나 나는 보았던가,
천정에서 떨어져서 손을 놓은 마녀의 빗자루 처럼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 추는것을~       
그리고 그가 사라지는가 하고 생각하자 마자,
그는 대성당의 첨탑처럼 커지고 또 커져서 달빛을 가리고,
그의 뾰족한 모자에서는 금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은 푸르게 변하여 마치 촛농처럼 투명해 졌다.
그의 얼굴은 꺼져가는 양초처럼 창백해 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