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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내 가슴 한쪽에 (이정하)

clara40 2016. 12. 6. 09:54


           ♡ 내 가슴 한쪽에 ♡ 
                      (이정하)



세상의 울타리 안쪽에는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습니다.
스쳐갈 만큼 짧았던 만남이기도 했지만,
세상이 그어둔 선 위에서
건너걸 수도 건너올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
쓸쓸하고 어둡던 내 가슴 한쪽에
사랑이라는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
그 촛불로
히겨운 사랑이 가져다준 어두움을
조금라도 밀어주길 원했지만,
바람막이 없는 그것이 오래 갈리 만무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따뜻한 자리를 마련해 둔다는 것.
아아, 함께 있는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오지 않을 사람을 위해
의자를 비워둘 때의 그 쓸쓸함을,
그 눈물겨움을~ 
 
세상이라 이름 붙여진 그 어느 곳에도
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대가 있었기에 늘 나는
내가슴 속에 초 한 자루를 준비합니다.
건너편 의자도 비워 둡니다. 
 
- 이정하시집 <너는 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