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완성을 위한 유언장(遺言狀)
(최준식 / 이화여대 교수ㆍ한국학)
흔히들 하는 말로 우리가 죽은 뒤 통장은 물질을 남기지만, 유언장은
마음을 남긴다고 한다. 우리가 몸을 벗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중요한 것은
(1)유언장을 쓰는 일과
(2)사전 의료 의향서(事前 醫療 意向書)를
작성(作成)하는 일이다.
70∼80세를 산 사람들은 생(生)을 어떻게 살았든 큰 수고를 하면서
산 것이다. 불교의 첫번째 교리인 ‘인생은 괴롭다’는 교리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힘든 생을 살았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힘든 삶을
잘 정리(整理)하고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완성된다.
1. 우리가 학교를 잘 다녀 놓고 졸업을 확실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
에서 우리는 유언장을 써서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해야 한다.
자기가 벌여 놓은 일들을 다 정리하고, 유산 상속 문제도 잘 처리해
자식 사이에 분규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또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잘 정리해 남기는 것도 필요하겠다.
이를 위해 유언장을 쓰는 것인데, 유언장은 꼭 임종에 임박해 쓰는
것이 아니고 언제라도 쓸 수 있다. 아니 노년이 되어 정신이 깨끗하지
못할때 쓰는 것보다는 정신이 성성(星星)할 때 미리 써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음이 바뀔 때는 언제든지 내용을 바꿀 수 있으니, 1년마다
다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서 유언장의 자세한 양식(樣式)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유언장이 필요한 사람은 시중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유언장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필(自筆)로 쓰라는 것이다. 그래야
법적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만일 컴퓨터로 출력을 했다면 반드시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장 찍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나중에 무효 판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쓰는
도장은 반드시 인감 도장일 필요는 없고, 엄지로 찍어도 문제 없다.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대체로 이런 내용이 들어가면 좋을
게다. 우선 장법(葬法), 즉 매장(埋葬)이나 화장(火葬) 또는 수목장(樹木葬)
중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히면 좋겠다. 아울러 어디에 묻히면 좋겠다는것도
밝혀두자. 이것은 자식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수 있어 미연에 방지
하자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자신의 재산을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집이나
부동산ㆍ저축이나 주식같은 금융 정보 등이 포함된다. 이것들을 명확하게
밝히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배우자와 자식들 사이에
어떻게 골고루 분배할지 밝히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하면 유산은 배우자가 반, 그리고 그 나머지는 자식들이 균분
하게 돼 있는데, 유언장을 쓸 때는 그런 것에 상관할 필요 없다. 자기 재산
이니 자기가 마음대로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아니라,
사회 단체에 기부하고 싶으면 그것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금융 정보 가운데 가장 흔한것은 은행 통장이겠다. 자신의 돈이 어떤
은행에 어떻게 저축돼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은행의
비밀번호를 밝혀 놓는 것이다. 이 번호가 없으면 자식들이 그 돈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식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갖고 있으면, 그것도 밝히자.
그 외에도 여권이나 주민등록증ㆍ운전 면허증 등과 같은 자신 관련의
주요 서류들도 그 소재지를 밝혀 주면 좋겠다.
그 다음에는 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쓰면 좋겠다. 생전에는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또 그
자식에게 부디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 수있다. 그런 말을 적어 준다면,
자식들은 부모님의 이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2. 마지막으로 덧붙일 수 있는 것은 사전 의료 의향서(事前 醫療 意向書)다.
이 문서는 특별한 경우를 대비해 쓰는 문서로, 자신이 의식 불명의 상태가
됐을 때, 받고 싶거나 거부하고 싶은 치료에 대해 밝히자는 것이다. 이
서류는 매우 중요하다. 무의미하게 생명 연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이다.
우리는 삶의 말기에 접어 들면, 더 이상 건강을 되찾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에 부질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ㆍ
사회 등 어느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이 사전 의료 의향서에는 대체로 심폐 소생술ㆍ인공 호흡ㆍ인공 투석ㆍ
인공 영양 공급ㆍ진통제 사용 등의 실시 여부에 대해 답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독자들에게는 이 가운데 심폐 소생술이 다소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강한 전기 충격을 주어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으로, 그
부작용이 만만찮다. 그래서 아주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데,
식물 인간의 상태가 된 환자에게 이 시술을 행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것은 당연히 거부하고, 그 외에 인공 호흡이나
투석 등도 다 거부하면 된다.
단 진통제 사용에만 동의하면 된다. 우리가 임종이 가까이 오면 몸이
노쇠하고 병이 깊어 몸이 아주 아프기 쉽다. 이때 이 통증을 견디기 위해
서는 다량의 진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진통제를 맞아야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중독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데, 이제 삶이 몇 개월 안 남았는데 중독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이렇게 의향서(意向書)까지 쓰고나면 우리의 임종 준비는 거의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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