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 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이 없으면 바보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순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해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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