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ㆍ생활/좋은글

[詩] 몽당 연필 (이해인)

clara40 2019. 3. 21. 10:46


몽당 연필

 (이해인)

 

 

너무 작아

손에 쥘 수도 없는 연필 한 개가

누군가 쓰다 남은 이 초라한 토막이

왜 이리 정다울까.

 

욕심이 없으면 바보되는 이 세상에

몽땅 주기만 하고 아프게 잘려 왔구나.

대가를 바라지 않는 깨끗한 소멸을

그 순박한 순명을 본받고 싶다.

 

해픈 말을 버리고 진실만 표현하며,

너처럼 묵묵히 살고 싶다.

묵묵히 아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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