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기형도 시 / 백창우 작곡ㆍ노래
살아있을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사후에 발표된 시집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이라는 독특한 시 세계를 열어, 가난·상실·도시적 일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실존의 부조리 등을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적 표지로 읽어내게 하는 새로운
경향을 형성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백창우
(1960~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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