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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항상 감사하는 삶 (홍혜걸)

clara40 2022. 8. 8. 09:33

            홍혜걸

 

  의사이며 방송인인 홍혜걸 박사가 폐암(癌) 치료차 제주(濟州)에

내려가 기거하며 올린 페이스북 전문(全文) 입니다.
 

  2002년  올림픽 4강 주역인 축구 선수이며, 인천팀 감독인 유상철님이

작년에 49세 로 췌장암으로 숨졌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많은 사람들을 한껏 행복하게 해준 분이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암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수명이 늘면서 세포도 늙고 손상받기

때문입니다. 미처 진단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를 포함하면, 2명중 1명이

일생에 한번은 암에 걸린다고 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암도 운(運)입니다. 금연ㆍ절주운동 등 아무리 노력해도

암의 2/3분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무작위로 생깁니다. 수년전 존스

홉킨스대에서 수리(數理) 모델을 이용한 연구 결과입니다.
  유상철님의 췌장암이 그가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해서, 혹은 부모로 부터

나쁜 유전자를 물려 받아서가 아니란 뜻입니다.
  의술에 저명한 의사들도 암에 걸립니다. 한 분은 혈액 종양 내과 의사인데

백혈병에 걸리셨고, 다른 한분은 방광암으로 방광을 떼어내 밤에 2시간

마다 소변 보러 깨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좌측폐(肺)에 1.9cm의 간 음영이 있습니다. 꽤 큽니다. 조직 검사하면

백발백중 폐암이니 수술로 떼어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최대한 지켜

보면서 미루고 있습니다. 폐 절제가 사정상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주에 내려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암은 동일 부위 같은 병이라도 예후(豫後)가 모두 다릅니다. 암 세포가 지닌

돌연변이 유전자가 각양 각색이기 때문입니다. 1기 암이라도 증식이 빠르고

전이(轉移)등 침습이 강하면 수술 받아도 죽을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의 암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암 세포의 유전자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제까지 듣던 항암제가 오늘 안 듣는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몸속에서 암이 생깁니다. 수십조나 되는 세포들이 한 두달

주기로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세포=암은 아닙니다. 면역력이 암세포 증식(增殖)을 어느정도 억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의 핵심은 올바른 섭생(攝生)입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 열심히 하고, 몸에 나쁜 걸 하지 않는 겁니다.
  마음의 평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증가시킵니다.
  저도 처음 진단 받은 후 많은 걸 내려 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3년 동안

크기와 성상의 변화가 없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어느 때

인지 모르지만, 악화될 조짐이 보이면 결국 수술을 받아야할 것입니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경우든 제 선택

이니 후회는 없습니다.
  희망적(希望的)인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대 병원장을 지내신 한만청 선생님

입니다. 직경 14cm 간암(肝癌)이 폐로도 전이돼,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습니다.
97년의 일입니다. 그런데 올해 88세임에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십니다.
  결론은 그냥 즐겁게 살자는 겁니다. 집 사람과 저는 선문답 처럼 "감행조”란

말을 주고 받습니다. '감사하고 행복해 하고 조심하자'라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감행조"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