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물

[인물] Carl Ferris Miller (천리포 수목원)

clara40 2022. 8. 27. 10:46

♥︎ '나무를 위해 숲을 만든 사람, "Carl F. Miller’'

 

           Carl Ferris Miller (1921-2002)

  2009년 3월 1일 태안반도의 북쪽에 자리 잡은 천리포 수목원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전 세계 60여 개국

에서 들여온 1만 3,000여 종의 수목이 자라고, 우리나라 식물 가짓수만도

4,500여 종에 달하는 놀라운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때까지 천리포 수목원은 설립 이후 40년간 연구 목적 외에는 출입할 수

없는 비 개방 수목원이었다. 비밀의 베일을 벗은 구역은 총 7개의 관리
구역 중 첫 번째 정원으로 설립자의 이름을 딴 '밀러 정원'이다.

  설립자인 Carl Ferris Miller는 1945년 태평양 전쟁 당시 해군 장교로

한국에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이 땅에 뿌리를 내렸다. 한국의 산을 유독

좋아했다는 칼 밀러씨의 한국 이름은 '민병갈'. 1979년 한국인으로 귀화

할 때 절친한 친구였던 민병도 전 한국은행 총재의 성과 돌림자에

'맑을 갈(渴)'을 붙인 것이다.

  국내 1호 귀화인이기도 한 그는 1962년 어느 날 우연히 만리포 해수욕장에

갔다가 딸의 혼수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땅을 팔겠다고 내놓은 한 노인을

만난다. 그는 노인을 돕는 셈 치고 1만 9,834㎡ (6,000평)의 땅을 샀다.

  땅은 30㎝만 파도 소금기가 있는 모래땅이었다. 그곳에서 민병갈씨는

씨앗을 발아시켜 묘목을 키우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일하고 번 돈은 모두

수목원에 쏟아 부었다. 해마다 한두 번씩은 미국의 묘목 경매에 참여해

신 품종을 사들였다. 애초에 식물 전문가는 아니었던 그는 식물도감이

다 닳아 해질 정도로 나무를 공부했다.
  그는 '사람'을 위한 수목원이 아니라, '나무'를 위한 수목원을 만들고 싶어

했다. 사람이 보기에 좋도록 나무를 키우고 다듬는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민병갈씨는 심지어 가지치기

조차도 하지 않았다. 천리포 수목원은 세계의 식물들에 안전한 피난처나
다름없다.
  그가 특별히 사랑한 것은 목련이었다. 목련꽃 피는 계절이 되면 꽃망울

터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깥 약속을 끊을 정도로 목련을 아꼈다.
그는 계속해서 개인 재산을 들여 외국의 식물원과 양묘장, 목련 애호가로

부터 목련 품종을 수집했다. 세계를 통틀어 500종 남짓한 목련 중에 420여

종이 천리포 수목원에 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천리포 수목원의 목련은

1997년 국제목련학회 총회를 유치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호랑가시나무가 400종, 동백은 380종, 단풍은 200종, 무궁화는

250종이 자라고 있다. 환경부는 2006년 천리포수목원을 가시연꽃,

노랑무늬 붓꽃, 망개나무, 매화마름, 미선나무 등 멸종 위기종 5종의

서식지 외 보전 기관으로 지정했다.
  국제수목학협회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이자 세계 12번째로 천리포 수목원에

‘매우 특징적인 수목원’이라는 호칭을 붙여주었다.
  작지만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만들어지기 까지 국내에는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생애를 바쳐 수목원을 조성한 지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적인

수목원을 만든 민병갈씨는 어떤 명예나 찬사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불리고 기억되길 바랐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의 공로를 인정하는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하면서 "낯선

타국에서 오직 나무만을 벗 삼아 한 평생을 보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정부도 식물 자원 등 유전자원의 보존과 육성에 관심을 두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내가 죽은 뒤에도 자식처럼 키운 이 수목들은 몇 백년 더 살며, 내가 제2

조국으로 삼은 한국에 바친 마지막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나는 300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 나의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한국에 값진 선물로 남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폐암으로 투병하다 2002년 4월 8일 오전 11시 충남 태안군 보건의료원

에서 81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수목장을 원했던 그는 그가 사랑하던 목련 나무

아래 잠들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기인 2005년 4월 1일 산림청은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 전당에 흉상 부조를 안치해 나무를

심는 그의 정신을 기리고 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의 "대통령의 특별한 만남">


[출처] (재한외국인의 삶) 나무를 위해 숲을 만든 사람, ‘칼 페리스 밀러(Carl F. Miller)’
           |작성자 이민역사교실

                                                             천리포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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