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이생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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