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解脫詩
(西山大師)
85세의 나이로 1604년에 입적하면서
마지막으로 읊은 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열기 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겠소.
내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 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겠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 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라 (死也一片浮雲滅)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죽고 살고 가고 옴이 모두 그와 같은 것을... (生死去來亦如然)
서산대사
임진왜란 때 승군을 이끌고 평양 탈환 작전에 참가하여 공을 세웠다.
묘향산인 또는 서산대사 (休靜대사)로 불렸다.
12세 때 성균관에 들어가 글과 무예를 익힌 후
15세 때 과거를 보았으나 낙방했다.
이후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해 5년 동안 <전등록>ㆍ<염송>ㆍ
<화엄경>ㆍ<반야경> 등의 교리를 탐구하다가
깨달은 바 있어 스스로 시를 짓고 머리를 깎았다.
1549년 승과에 합격, 대선을 거쳐 선교양종판사에 올랐고,
1556년 금강산ㆍ태백산ㆍ오대산ㆍ묘향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선수행과 후학 지도에 전념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의 부탁을 받고,
전국에 격문을 보내어 의숭군의 궐기를 호소했고,
자신은 법흥사에서 문도 1,500명으로 승군을 조직,
평양 탈환 작전에 참가했다.
1604년 묘향산 원적암에서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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