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테이블 (Chef’s Table) 시즌 3에 출연한 정관스님은 지난 2월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컬리너리 시네마 섹션에 초청되었다.
음식전문 다큐 감독 David Gelb가 총괄 제작, 연출을 맡은 셰프의
테이블 시즌 3에는 정관 스님을 포함한 전 세계 유명 셰프 6명이 각각
1개의 에피소드에 출연해 다양한 음식 문화를 선보인다.
정관 스님은 이번 다큐에 대해 “단순히 음식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님은 “초파일 음식을 마련하기 전 도량을 청소하고, 연등을 만들어
달고, 새벽 예불을 올리고, 밭에서 딴 식재료를 다듬고 조리해 상에 내놓기
까지 모든 과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그치지
않고 수행과 참선의 문화까지 아울렀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을 운영하지 않고,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도 없는 정관 스님이
Michel Bras 나 Alain Passard 와 같은 세계적 스타 셰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프랑스 태생의 세계적인 셰프테이너, 뉴욕에서 르버나댕(Le
Bernadind)을 운영하는 Eric Ripert 는 2013년 한식 재단 초청으로 한국에 와
평택 수도사에서 사찰 음식을 체험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운영
하는 뉴욕의 레스토랑에 정관스님을 초청해 사찰 음식 시연회를 개최했다.
뉴욕타임즈 기자는 시연회에 참석해 요리를 보고 ‘정관 스님,을 철학적
요리사’ 라고 소개하게 되었고, 이 계기를 통해 셰프의 테이블 데이빗 겔브
감독은 셰프의 테이블 출연을 요청했다. 제작진은 지난 해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로 약 보름 동안 천진암에 머물며, 사찰 음식을 주제로 한국의 전통
불교 문화를 카메라에 담게 되었다.
무의 씨앗을 뿌리면 언제 싹이 나고, 뿌리가 드는지 자연을 이해해야만 해요.
그 성장 과정에 햇빛, 구름, 바람, 이슬, 별빛, 달빛, 땅의 기운이 모두
발동해서 하나의 식재료가 탄생하는 것이죠.
스님은 또 “우리는 음식을 통해 수행과 울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며
“사찰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수행의 일부가 아니라, 수행의 전체로 봐도 무방
하다”고 강조했다. 사찰 음식이란 결국 깨달음을 얻기 위해 먹는 음식이며,
재료를 재배하는 일에서 부터 음식을 만드는 일까지 모든 것이 수행의 연장
이라는 것이다.
스님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대한 다른 관점을 외신은 높게 사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고귀한 음식을 만들고 있는 곳은 뉴욕도, 코펜하겐도
아니다. 대한민국 외진 암지에 있는 59세 비구니 스님이 경외로운 채식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관스님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몸과 미각을 동시에 충족
시키는 궁극적 요리는 과일ㆍ채소ㆍ허브ㆍ콩ㆍ버섯ㆍ곡물 등으로 부터 오는
것”이라며, “오이를 요리할 때는 내가 오이가 된다. 완성된 요리와 본연의 재료
사이에 어떤 거리도 느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관 스님은 적문 스님, 선재 스님 등과 함께 사찰 음식 전문가 1세대로
꼽히며, 한국 불교문화 사업단 사찰 음식교재 편찬위원 및 풋내 사찰 음식연구
소장, 한국 전통 사찰음식 연구회 부회장 등 맡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