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행기 안에서 일어난 일♡
(김동길 교수)
김동길 교수
미국 방문 중 비행기에 올라 타서 내 자리를 찾아 짐을
머리 위
짐칸에 올려 놓고 앉았습니다. 한참을 날아가야 하는 여행이었습
니다. “책을 한 권 갖고 오기를 잘 했지! 책 읽다가
한숨 자야겠다.”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 군인들 여럿이 일렬로 서서 복도를 걸어
오더니, 내 주위 빈 자리에 모두들 앉았습니다. 군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로들 가시나?” 바로 내 근처에 앉은 군인 한 명
에게 물었습니다. “페타와와란 곳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2주간 특수
훈련을 받은 후,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배치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날았을까.
기내 스피커에서 점심 박스를 하나에 5달러 씩에 판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동쪽 해안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에 시간도 보낼
겸 점심 박스를 하나 사기로 맘 먹었습니다.
돈을 꺼내려고 지갑을 찾는데, 근처에 앉아 있던 군인 한 명이
친구
에게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점심 박스가 5달러라니 너무 비싸다.
기지에 도착할때 까지 그냥 참고 가야겠다.” 딴 군인들도 동의하면서
점심을 안 사 먹겠다고 했습니다. 주위를 돌아 보니 군인들 중 아무도
점심 박스를 사 먹겠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비행기 뒤 편으로 걸어가서 승무원 아주머니에게 50달러 짜리
돈을 건네주곤, “저기 군인들에게 모두 점심 박스를 하나씩 나눠 주세요.”
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녀는 내 손을 꼭 감싸 잡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제 아들도 이라크에 가서 싸웠습니다. 손님께서는 내 아들
에게 점심을 사주시는 것과 같습니다.”
승무원 아주머니는 점심 박스를 열 개 집어들고, 군인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가서 점심 박스를 한 개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곤 내 자리에
오더니, “손님은 어떤 걸 드실래요? 쇠고기 아니면 닭고기?”
이
아주머니가 왜 이러시나 의아해 하면서도 나는 닭고기를 먹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비행기 앞쪽으로 걸어가더니, 1등칸에서 나오는
저녁 식사 쟁반을 들고 내 자리로 왔습니다. “이것으로 손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이렇게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가려고 비행기 뒷쪽으로
걸어
갔습니다.
어떤 남자가 저를 막았습니다. “좀 전에 하신 일을 보았습니다. 저도
돕고 싶으니 이것을 받으시지요.” 그 사람은 저에게 25달러를 쥐어
주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내 자리로 돌아오는데, 기장(機長)이 좌석
번호를 둘러보면서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를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는데, 기장은 바로 내 자리 앞에 서는 것이었습
니다. 기장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님과 악수
하고 싶습니다.” 나는 안전 벨트를 풀고 일어서서 기장이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기장은 큰 목소리로 승객들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전에는 군인으로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오래 전 어떤 분이 저에게 점심을 사 주셨는데,
그때 고마웠던 기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이구 이를 어쩌나 하면서 쑥스러워 하고 있는데, 기내 모든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더 날아가고 나는 다리를 좀
움직이려고 비행기 앞쪽으로 갔습니다.
앞에서 6번째 줄인가
앉아있던 승객이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더니,
나에게 또 25달러를 건넸습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해서 짐을 꺼내
비행기 문으로 걸어 나가는데, 어떤 사람이 아무말 없이 내 셔츠 주머니에
무언가를 쑤셔놓고 부지런히 걸어가 버렸습니다. 이런! 또 25달러네!
비행기에서 내려 터미널에 들어가니까, 아까 그 군인들이 한 곳에 모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걸어가서 승객들로 부터 받은 75달러를
전했습니다. “당신들 기지까지 도착하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이 돈으로
샌드위치나 사먹어요.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가호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군인 열 명이 비행기에 동승했던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느끼며
떠났습니다.
나는 내 자동차로
다가 가면서 이 군인들을 위하여 무사히 귀환하라고
빌었습니다. 이 군인들은 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사람들
입니다. 점심 박스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합니까! 작아도 너무 작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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