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卒婚)
요즘 우리나라 여자들에게 '졸혼(卒婚)'이라는 말이 무척 흥미를
끌고 있다고 한다. TV 방송에서 나온 말인데, 졸혼은 결혼을 졸업
했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로, 부부가 서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졸혼이란 혼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이다. 결혼 제도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서로 떨어져 살지만, 좋은 감정을 갖고 주기적으로 만남을
이어 간다.
2004년 일본에서 출간된 <졸혼을 권함>이란 책에서 유래됐다. 직장
생활에 살림과 육아까지 도맡는 여성들이 특히 열렬히 반응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결혼 7년차 김모(35)씨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하루
하루를 살아 내면서, '힘든 생활도 과정일 뿐 언젠가 완료된다'는
생각을 하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했다.
졸혼은 개인이 많은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현재의 결혼 제도에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졸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성
(53%)이 남성(32%)보다 많았고, 국내 한 결혼 정보 회사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여성(63%)이 남성(54%)보다 졸혼할 의향이
높았다.
젊은 세대에 자리 잡은 '혼밥'ㆍ'혼술' 같은 트렌드와도 연관돼 있다.
가족과 부대끼는 생활을 힘겨워 하는 젊은이들이 '헐거운 결합'을 추구
하는 것이다.
졸혼이란 말이 없었을 뿐 사실 '졸혼 부부'는 이전 부터 존재해 왔다.
각방을 쓰면서 '쇼윈도 부부'로 살거나, 서로 떨어져 살다 집안 경조사
때만 만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연애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거나, '쿨하고 홀가분하게 살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재 졸혼 상태에
있는 중년 부부들은 이혼 직전인 경우가 많다.
상당한 경제적ㆍ심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황혼 이혼의 차선책으로
졸혼이 선택되는 것. 강학중 가정 경영 연구소 소장은 "부부는 노년에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이라며, "적절히 밀고 당기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불편 끼치지 않고, 자기 생활을 해나갈 능력을 갖춘다면,
졸혼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도 일종의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태를 반영한 말 같다. 일본에서는
이 '졸혼'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할 정도로 일반화 되고 있다고 한다.
늙으면 외로워 져서 더 견디기 어렵다고 하고, 요양원에 보내진 어르신
들이 사람이 그리워 못 살겠다고 하는데, 겨우 둘인 부부 사이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별거하는 것이 뭐가 좋다는 것인지,,,,
여자들 입장에서는 남편 밥 차리는 것, 시중 드는 것, 빨래 하는 것
등이 귀찮아서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늙을수록 서로 의지하는 것이
좋고, 서로 등을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할 것인데, 죽지도 않았는데 따로
살면서 왜 소 닭 보듯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한다.
'백년해로(百年偕老)'가 부부의 최고의 덕목이었는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이러다가는 남편 빨리 죽으라고 고사지내는 여자들이 생길까봐
걱정이다.
[출처] 조선일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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