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지옥
(유 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새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 시집,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 1999
[출처] [유하] 사랑의 지옥|작성자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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