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ㆍ생활/좋은글

[詩] 그날 (서정순)

clara40 2022. 8. 4. 14:31
 

 

 

저녁 8시 40분

'이제 막 운명하셨습니다.

아직 30여 분간은

들을수 있습니다.'

줄줄이 매달아 놓았던

주사 줄을 거두며

의사가 마지막 선언을 했다.

한 손으로 턱을 고여

입을 다물려 주고,

다른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늘 그랬듯 보드랍고 따뜻한 손.

마지막으로 귀가 들릴때

무슨 말을 할까.

'당신은 영원한 내 남편,

나는 당신의 유일하고

영원한 아내.

우린 서로 사랑했지요.

그리고 영원토록

사랑할 거에요.'

'가서 외롭거든

하느님께 청하세요.

"제 아내 요안나를

불러 달라"고...

하느님이 오너라 허락하시면,

한 걸음에 달려갈게요!'

하느님,

가시는 길 멀고 험해도

성모님,

이 사람 손 꼭 잡고

따뜻이 안고 데려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