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성악

[성악] 'Ave Maria'에 대하여

clara40 2022. 12. 19. 17:41
 

▲아베 마리아(Ave Maria)

(슈베르트 / 구노 / 바빌로프)

 

◉할렐루야와 함께

‘아베 마리아’(Ave Maria)가 자주 들려오는 12월입니다.

성탄절이 있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 있는 달이라 그렇습니다.

‘아베 마리아’는 원래 종교적 영역의 노래지만, 신앙을 가진 사람

이나 가지지 않은 사람이나 모두를 위로하는 노래가 된 지 오래

입니다.

◉종교음악을 논리적으로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그것보다는

어려울 때 위안받고 의지 되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성모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를 찬미하고, 하나님에게 기도해

줄것을 요청하는 성모송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노래가 바로

‘아베 마리아’입니다.

◉가톨릭과 로마 정교회, 성공회에서는 마리아를 ‘하나님의 어머니’

(Mother of God)라고 부릅니다. 예수는 아담의 원죄가 없는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 왔다는 논리에서 근거합니다.

그리스어 테오토코스(Theotokos), 즉 ‘신성출산(神聖出産)’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 종교는 모두 마리아를 숭배하고 있습니다. 개신교는

시각이 조금 다릅니다. 마리아 숭배에서 한발 건너 있습니다.

◉'아베'(Ave)는 라틴어로 흔히 ‘천사의 인사’로 부릅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아기 예수를 잉태하게 될 마리아를 찾아가 ‘Ave’하고

건넨 인사말에서 유래됐습니다.

‘안녕’이란 이 인사말에는 ‘은총을 가득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이 건넨 인사

말에서도 유래됐습니다.

원래는 6세기 부터 기도문 중의 하나였지만 10세기쯤 부터 곡을

붙여 ‘성모송’으로 불렀습니다.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아이다 가리풀리나

◾조수미

◉수없이 만들어진 ‘아베 마리아’ 가운데 가장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널리 알려진 노래는 아마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는 성모송은 아닙니다.

슈베르트는 이 곡을 작곡하면서 가사를 성모송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시인 월트 스코트(Walter Scott)의 서사시에서 가져왔습니다.

◉장편 서사시 ‘호수의 아가씨’ (The Lady of the Lake)에 나오는

엘렌이 기도하는 부분입니다.

스코틀랜드 공작의 딸인 엘렌은 아버지와 연인의 목숨을 구해

달라고 마리아에게 기도합니다. 그래서 원래 제목도 ‘엘렌의

세 번째 노래, 작품번호 52-6’이었습니다.

당대 최고 인기 있는 서사시로 슈토르크(Schutorch)가 번역한

독일어 가사를 이용했습니다.

◉1825년 28살의 슈베르트는 병마와 싸우며 종교에 의지하던 때

‘아베 마리아’를 작곡하고, 스스로 만족하고 대견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에게

편지로 자랑한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슈베르트의 자랑대로 그의 ‘아베 마리아’는 성모송이 아니지만,

어느 성모송보다 더 인기 있는 노래가 됐습니다.

◉바티칸 콘서트에서 부르는 러시아의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

(Аида Гарифуллина)의 노래로 만나봅니다.

러시아의 전통 종교도 마리아를 숭배하는 그리스 정교입니다.

다만 아이다는 몽골의 후예인 타타르 출신이어서 이슬람교를

믿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래 : Aida Garifullina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조수미 이야기를 빼놓기가 어렵습니다.

파리 공연 중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귀국하려던 딸을 말리

면서 어머니는 공연하는 것을 아버지가 원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하늘로 간 아버지가 받은 딸의 첫 번째 선물, 파리에서 보낸

‘아베 마리아’였습니다

노래 : 조수미

 

◀구노: 아베 마리아

◾아미라 빌리하겐

◾패트리샤 야네츠코바

◉성모송 가운데 많이 알려진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Gounod)의

‘아베 마리아’입니다.

바흐를 무척 좋아했던 구노는 바흐의 작품 ‘평균율 크라비아곡

제 1권 전주곡 1번 다장조’를 듣고, 여기에 새 멜로디를 붙입니다.

바하의 장인 치머만은 1853년 이 곡을 편곡해 ‘바흐의 전주곡에

붙은 명반’이란 제목으로 출간합니다.

'크라비아'는 피아노를 비롯한 건반 악기를 가리키는 독일어입니다.

6년 뒤 구노는 이 곡에 라틴어 성모송을 가사로 붙입니다.

그러니까 바흐의 피아노 전주곡을 바탕으로 바흐 -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탄생했습니다.

◉11살의 아미라 빌리하겐 (Amira Willighagen)이 2015년 아이슬란드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부르는 구노의 ‘아베 마리아’입니다. 2013년

9살의 나이로 ‘Holland’s Got Talent‘에 도전해 우승한 신동 소프라노

입니다. 당시 준결승에서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습니다.

아이슬란드 공연에는 Gissur Gissurarson 아이슬란드 테너가 아미라와

함께 합니다.

지금은 18살의 네덜란드 소프라노로 활동하고 있는 아미라입니다.

노래 : Amira Willihagen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구노의 절친이었던 다블뤼 신부, 한국 이름

안돈이(安敦伊) 신부를 떠올리게 합니다. 천주교 조선 교구장으로

21년간 조선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우리말에 능통했고, 조선인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했던 그는 1866년 병인박해 때 보령 갈매못에서

순교합니다. 다블뤼 신부의 유해는 절두산 순교성지에 안장돼 있습니다.

◉동갑내기인 구노와 다블뤼는 파리 외방전교회(外邦傳敎會)에서

만나서 친구가 됩니다. 아시아지역 포교를 위해 17세기 파리에서

세워진 전도 단체입니다.

몸이 약한 구노가 여기를 떠나면서 두 친구는 신부와 음악가로서

가는 길이 엇갈리게 됩니다.

구노의 ‘아베 마리아’가 다블뤼의 순교 소식을 듣고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시대가 틀려서 그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구노가

친구의 순교 소식에 헌정 음악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낯선 땅에 와서 선교활동을 하다 순교한 카톨릭 성인을 생각하며

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듣습니다.

역시 12살에 체코-슬로바키아 TV 쇼 Talemania에서 우승하면서

유명해진 패트리샤 야네츠코바(Patricia Janeckova)의 노래입니다. .

체코의 세계적인 오보에 연주가 빌렘 베베르카(Vilem Veverka)의

오보에 연주가 인상적인 지난해 9월의 프라하 St. Anne’s 교회 공연

입니다.

24살이 된 페트리샤는 유방암 진단으로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고

합니다.

노래 : Patricia Janeckova

◀바빌로프: 아베 마리아

◾레베카 루카

◉2003년에 시작된 드라마 ‘천국의 계단’은 시청률 40% 전후의

성공 드라마였습니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와 함께 이 드라마에 삽입돼 유명해진

노래가 바로 舊 소련 작곡가 바빌로프의 ‘아베 마리아’였습니다.

가사가 따로 없이 ‘아베 마리아’만 반복되는 이 노래는 권상우가

뛰어다닐때 마다 나왔습니다.

바로 미국의 뮤지컬 배우였던 레베카 루커(Rebecca Luker)가

부른 ‘아베 마리아’였습니다.

노래 : Rebecca Luker - <천국의 계단>OST

 

◉가사가 없는 보칼리제(Vocalise) 곡이지만 어떤 가사있는 노래

보다 감동과 위안을 주는 노래가 됐습니다.

무명에 가까웠던 소련 작곡가 블라디미르 바빌로프는 국영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기 위해 르네상스 시대 무명 작곡가의

작품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음반 작업을 도운 오르간

연주자가 '카치니'라고 메모해 놓은 것이 작곡가가 잘못 알려

지게된 빌미가 됐습니다.

오페라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인 16세기의 카치니는 공연히

불려 나와 ‘아베 마리와’와 인연을 맺은 셈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