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섭취에 대하여
(권용욱 교수)
권용욱 교수
⊙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ㆍ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50대는 단백질을 더 많이 먹어야 하지만, 삼겹살 등 기름이 많은 부위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고기를 먹는 게 좋아요, 안 먹는 게 좋아요?’ 10년 전 노화 방지 클리닉을
개설한 이후 나를 찾은 고객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웰빙이
대세가 된 최근에는 그 빈도가 더 많아지고 있다. 웰빙 바람에 이은 채식
열풍에, 잊을만 하면 보도되는 ‘육류 섭취가 인체에 좋지 않다’는 기사 때문
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에는 육식을 끊고 채식만 하면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는 얼토 당토 않은 의사의 주장이 공중파 방송을 탈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맛이 좋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나면 기운이 나는데도 찜찜
해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병이 없고 건강한 사람들이
이럴진대, 암이나 심장병ㆍ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육류에 대한 불안감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육류 섭취는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 육류 섭취와 건강의 관계를 자세히
파헤쳐 보자.
먼저 육류 섭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송 보도를 분석해 보면 대체로 이런
논리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심장병ㆍ대장암ㆍ전립선암ㆍ유방암 발생이 늘었
는데, 이는 모두 육류 섭취가 늘었기 때문으로, 결국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습관과 심장병ㆍ대장암ㆍ전립선암ㆍ유방암의 발생이 상관
관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육류 섭취 증가에 의한 긍정적인 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육류 섭취
증가 이후 몇 가지 질병이 늘긴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격이 좋아지고
체력이 향상됐다. 더 중요한 사실은 평균 수명이 늘었고, 건강 상태가 많이 호전
됐다는 점이다. 이는 육류 섭취로 인한 단백질 섭취량의 증가로 영양 상태와
면역 능력이 좋아져 결핵이나 폐렴 같은 영양 결핍에 의한 후진국형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소리다.
● 동물성식ㆍ물성 단백질 같이 먹어야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단백질 섭취 때문이다. 단백질은 고기와 생선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과 콩이나 곡류에 들어 있는 식물성 단백질로 구분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의 사슬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미노산은 근육ㆍ인대ㆍ장기의
중요한 구성 성분이며, 뼈의 성장에도 중요하고, 효소와 호르몬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다. DNA의 유전 정보도 단백질이 없으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있는 비 필수 아미노산과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없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아미노산으로 나뉜다. 필수 아미노산은 히스티딘ㆍ
알기닌ㆍ이소루신ㆍ알라닌ㆍ루신, 라이신ㆍ페닐알라닌ㆍ발린ㆍ 메티오닌, 트립토판ㆍ
트레오닌ㆍ세린ㆍ티로신이며, 비 필수아미노산은 아스파라긴ㆍ아스파라긴산ㆍ 글루
타민산ㆍ시스테인ㆍ프롤린ㆍ글리신이다.
단백질의 질로 따지면,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훨씬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우수하다. 동물의 체조직이 인간과 더 비슷
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필수아미노산을 적당한 비율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육류는 그러나 근육 사이 사이에 지방이 끼어 있어 고기를 많이 먹으면 해로운
포화 지방산도 덩달아 많이 먹게 되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지며, 신장 질환과
통풍이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식물성 단백질은 포화 지방산의 위험은 없지만, 인체가 필요로 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 곡류ㆍ콩류ㆍ견과류ㆍ씨앗류ㆍ감자 등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이지만, 한두 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로 보완이 되는 음식을 함께 먹어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을 채워야 한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은 세계적인 장수 지역의 식단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지중해 식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장수 식단으로 유명한 일본의 ‘오키나와 식단’의
특징 중의 하나가 충분한 육류 섭취다. 해산물과 채소 위주의 건강 식품 중심, 배불리
먹지 않고 80% 정도만 먹는 소식(小食) 습관과 함께 오키나와 식단의 특징을 설명
할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본토의 5배에 달하는 돼지고기 섭취량이다. 각종 향신료와
전통 술 등을 넣고 6시간 이상 푹 삶는 오키나와 전통 방식에 따라 돼지 고기를 조리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몸에 해로운 나쁜 지방은 많이 줄어 들고, 몸에는 좋지만 맛은
퍽퍽한 살코기도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장수가 아니라 ‘생애 현역’
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건강하고 활력이 있는 장수라는 점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돼지
고기를 많이 먹는 데 따른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장수촌으로 유명한 중국 신장 지역의 경우 삶은 양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중해의 장수 지역인 이태리의 사르데냐 섬 사람들은 염소 젖과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육류 섭취는 미국인의 1/3 이다. 이렇게 육류 섭취로 인한 실보다
득이 많은데도 이런 보도가 자주 나오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연구 결과나 보도
자료를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인용하기 때문이다. 즉 육류 섭취가 매우 많아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심장병이나 암 발생률이 높다는 내용이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미국의 경우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육류 문화권으로서,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115kg으로 우리나라 사람 평균의 3~4배 정도다. 게다가 동물성
지방 섭취량과 식물성 지방 섭취량의 비율이 8:2로 건강에 좋지 않은 동물성 지방 섭
취량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야말로 육류의 과다섭취 상태이고, 그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육류와 동물성 지방 섭취를 대폭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연간 육류 섭취량이 30~40kg 정도이고,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 섭취 비율도 3:7 정도로 큰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문제를 바로 우리나라에 적용해서 호들갑을 떠는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할수 있다. 다만 경제 성장과 함께 육류 섭취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미리 대책을 세우고 바른 식습관에 대해서 교육을 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 끼니마다 나눠 고기 섭취하는 것이 좋아
더 나아가 육류 섭취량을 전 국민 평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세대별로 나누어서
분석해 볼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려서 부터 육류 섭취를 많이 하지 않은
50세 이상 성인들의 경우에 육류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경제 발달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의 경우 육류 섭취량이 상대적
으로 높다. 물론 한참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활발한 신진 대사와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요구량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육류 섭취가 필요하지만 일부
청소년과 청년 층에서는 과도한 육류 섭취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장수 지역이었던 일본의 오키나와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1970년대 이후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차로 인한 운동량 부족과 패스트푸드
범람에 따른 육류와 나쁜 지방 섭취의 증가가 1960년대 이후 태어난 지금의 청장년층
심장병과 당뇨병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그 이 전 세대가 높여 놓은 평균 수명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외래에서 조사해 보거나 여러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50대 이상은 아직도 단백질과 육류 섭취가 부족하다. 줄여야 할 것은 지나친 밥이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 섭취이지 고기는 좀 더 먹어도 괜찮은 수준인 것이다.
결국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지나친 육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지만 적당한 섭취는
건강과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건강에 있어서 거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지나친 것도 모자란 것도 모두 좋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양인가 하는 것이다. 보통 일주일에 2~3번 정도면
충분하다고 얘기하지만, 여기에도 모호한 점이 있다. 한번에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식을 하거나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때 한번에 몰아서
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은 좋지 못한 섭취법이다. 식사 때마다 조금씩 나누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칼로리 섭취 내용을 분석해 보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이 65:15:20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노화 방지 의학에서는 이 비율을 40:30:30이
적당 하다고 얘기한다. 밥이나 빵, 설탕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육류와 생선,
식물성 지방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좋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젊음과 활력을
오래 유지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편차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육류
섭취를 통한 단백질 섭취를 더 늘려도 되는 것이다.
● 건강하게 고기 먹는 법
적당한 육류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현명하게 육류를 섭취하는 법을
알아보자.
▲ 붉은 고기보다는 흰 고기를 먹자. 소고기ㆍ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보다는 닭고기ㆍ
오리고기ㆍ칠면조 등 흰 고기가 지방질이 적어 더 좋다. 오리고기가 좋다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오리 기름 까지도 좋은 줄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리
기름은 소고기나 돼지 고기에 비해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조금 더 높아 덜 해로울
뿐이다. 이는 보신탕 즉 개고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다.
▲ 부위 선택이 중요하다. 같은 고기라도 갈비ㆍ꽃등심ㆍ삼겹살 처럼 지방이 많은
부위를 피하고, 맛은 없지만 퍽퍽한 살코기를 먹으면, 포화 지방산의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좋은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다. 닭고기와 오리 고기는 껍질에
지방이 많으므로 껍질을 없애고 먹으면 안전하고, 가슴살은 지방이 전혀 없어
노화 방지에는 가장 좋은 부위이다.
▲ 조리 방법도 중요한데, 튀기거나 볶는 것보다는 삶거나 구워먹는 것이 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수육은 오키나와의 돼지 고기 요리만큼
좋은 조리법이다. 물론 이때도 기름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삶으면 지방이
줄어 들기는 해도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나 과일을 같이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육류에 들어있는 효소는 조리 시 쉽게 파괴되는데 채소와 과일에
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소화를 돕도록 하는 것이다.
▲ 고기 대신 생선이나 해산물을 먹자. 생선이나 굴ㆍ새우ㆍ전복 등 해산물은
육류와 거의 비슷한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해산물에 들어 있는 불포화
지방산은 건강에 좋은 성분이다.
현명한 육류 섭취로 활력 있고 건강한 장수를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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