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질환
최현승 교수
(일산병원 이비인후과)
이비인후과와 비뇨기과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달팽이관과
나팔관을 혼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비인후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소변이 잘 안 나온다고 찾아오신 어르신이나, 나팔관에 돌이 빠져서
어지럽다고 오신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 왔다. 사실 우리나라 의학
용어는 한자어와 순 우리 말이 혼용되어 쓰여지기 때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이고,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조차 ‘이빈후과’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니 너무 창피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다.
이비인후과는 귀(이과)ㆍ코(비과)ㆍ목(두경부 외과) 등으로 세분화
되어 있으며, 큰 병원에 가면 진료하는 의사들이 다 달라 불편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이비인후과 질환 중 귀와 관련된 대표적인 몇 가지 질환에 대해 상식적
으로 알아보자.
☆ 상기도 감염
흔히 상기도 감염이라고 하면, 우리가 숨을 쉬는 통로 중 위쪽에 해당
하는 부분에 감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코나 입부터 편도가
위치한 인두나 성대가 있는 후두 부분을 주로 말하는데, 감기와 같은
급성 비인두염 부터 알레르기성 비염ㆍ편도염ㆍ후두염 등이 대표적인
질환이다. 하기도 감염은 반대로 기관지염ㆍ폐렴같이 숨 쉬는 통로의
아랫 부분의 질환을 일컫는다.
상기도 감염은 주로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며,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은 증상을 경감시키는 약물 치료를 하고 수일 이내에 회복
된다.
증상은 콧물ㆍ코막힘ㆍ목의 통증ㆍ기침과 같은 상기도의 염증
증상과 발열ㆍ식욕 부진ㆍ구토 등의 전신 증상이 있다.
일부 세균성 질환이라면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이 도움이 되는 것
으로 알려져 있으나, 증상이나 단순한 진찰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힘들고, 증상이나 진찰 소견에 의한 의사의 경험으로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손을 자주 씻고, 입안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만성적인 증상이 있거나 자주 반복
되면 금연은 필수적이고, 몸이 꽉 쪼이는 옷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며, 잠들기 전에 먹는 습관을 줄이면서 체중 조절도 필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상기도 감염은 모든 사람에게 노출되어 있지만, 조금
이라도 덜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노출되더라도 버틸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 중이염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귀에 염증이 있으면 중이염이라고 말한다.
'중이'라는 말은 중간 귀를 뜻하는데, 중간이 있으니 바깥 귀도 있고,
안쪽 귀도 있을까? 맞다. 바깥 귀는 고막의 바깥 쪽으로 '외이'라고도
부르며 귓 바퀴ㆍ귓 구멍 등에 염증이 있으면 외이염 또는 외이도염이
있다고 한다. 안쪽 귀는 '내이'라고도 하며, 흔히 달팽이관이라고 부르는
구조가 있고, 달팽이 집에 해당하는 곳은 소리를 듣는 기능을 담당하고,
달팽이의 머리와 더듬이 부분은 우리 몸의 중심을 잡게 도와준다.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빈 공간 - 정상적으로 공기로 채워진 공간을
'중이'라고 하는데, 코의 뒷 부분과 긴 관으로 연결되어 상기도와 같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상기도 감염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나 세균이 원인이 되는 감염 질환도
중이염이라고 부르지만, 코와 연결된 관에 문제가 있어 중이에 공기가
채워져 있지 못하는 것도 구별 없이 중이염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이에
염증이나 액체가 차거나 고막이 안쪽으로 들어가 달팽이관과 달라 붙게
되면 귀의 통증이나 청력 감소, 이충만감이 발생할 수 있는데,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갈 때 느끼는 증상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2 ~ 4세 사이 소아의 경우 20-30%정도는 병을 가지고 있으며, 75%
정도는 3세 이전에 한번 이상 중이염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삼출성 중이염이 대부분이고, 진단은 의외로 간단해서 고막을 관찰할 수
있는 이경이나 내시경을 통해 할 수 있으며, 몇 가지 간단한 검사로 확인
할 수 있다.
예방법은 감기와 같은 상기도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귀의
증상이 생겼을 경우 가능한 빨리 이비인후과 진료를 통해 만성으로 진행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아의 경우 모유 수유나 머리를 약간 세운 자세로 젖병 수유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보육 시설에 다니는 경우 발생률이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수 주이내에 80% 이상이
자연 치료된다. 삼출성 중이염이 3개월이상 지속되거나, 그 전이라도 난청
이나 고막의 변형이 심하고 학습에 지장을 주는 경우 환기관 삽입술과
같은 간단한 수술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난청
난청이란 말 그대로 듣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질환이다. 소리가 잘 안
들리는 것은 당연히 포함되지만, 들려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하는
것도 난청이다.
주변에 가는귀를 먹었다고 생각되거나, 사오정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난청은 중이염이나 다른 귀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달팽이관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거나 뇌 기능의
저하로 인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생산 현장이나 군대에 근무하면서 큰
소리를 많이 듣는 경우 소음성 난청이 생기는데, 노인성 난청과 증상은
비슷하다.
우리말의 자음과 같이 높은 주파수에 해당하는 소리의 일부를 듣지
못하는 소음성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의 경우 말의 이해력과 분별력이
떨어지게 되는것이다.
요즘에는 휴대폰이나 MP3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의 소음성
난청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귀는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노화
현상이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듣는 소리는 그 크기에 따라 데시벨(dB)이라는 단위로 표현
되는데, 일반적인 대화 소리가 50-60dB정도이고, 지하철 소음은 80dB,
공장의 큰 소음은 90dB, 기차가 지나갈 때 100dB, 자동차 경적소리가
110dB, 비행기 소리가 120-130dB, 총소리 140-170dB 정도이다.
데시벨이라는 단위는 일반인의 생각과 달라서 매 10dB 커질 때 마다
소리의 강도는 두 배씩 증가한다. 예를 들어 70dB의 소리와 90dB의
소리의 차이인 20dB은 단순히 소리가 몇 %증가 한 것이 아니고, 4배
큰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70-80dB정도의 소리를 듣는 것은 아무리 오래 노출되어도
난청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90dB의 소리는 소음성 난청을
발생시킬 수 있어 하루에 8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또한 100dB의 소리는 1시간이상 노출되는 것이 좋지 않고, 115dB
소리는 일시적인 노출도 청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듣는다는 것은 정상인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 쉬운데, 난청을 가진 사람들은 단순히 안 들려 답답하다는 것을
넘어 사회 생활의 제약과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삶의 질을 크게 떨어
뜨린다.
현대 사회에서 난청을 가장 쉽게 예방하는 것은 소음 노출을 줄이는 것
이고, 그 중에서도 이어폰 볼륨을 조금 줄이는 방법과 소음 환경에서
귀마개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소음에 노출되어 난청이 의심되면, 가능한
빨리 병원에서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 이명
실제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한 소리를 인식하는 것이
이명인데, 병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증상이다. 혈관의 이상이나 근육의
경련 등으로 나타나는 이명은 맥박 소리처럼 들리거나 불규칙적인 소리로
들리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이명 환자에서는 원인을 찾기 힘들고,
증상 또한 ‘윙윙’ㆍ‘쐬’ㆍ매미소리ㆍ바람소리 등으로 표현하게 된다.
이러한 소리는 피로할 때, 조용할 때, 신경을 쓸 때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드물게 청신경 종양 등 중추 신경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이명이 지속되면 피로감ㆍ스트레스ㆍ수면 장애 등이 유발되고 집중력 장애ㆍ
기억력 장애ㆍ우울증ㆍ불안 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도 북부 어느 지역에서는 이명이 생기면 신의 계시와 축복을 받은 것으로
마을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이렇게 까지는 아니어도 이명 증상이 있을 때
괴로움과 우울, 다른 나쁜 병에 대한 불안을 혼자 느끼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 환자의 약 90%정도는 난청이 동반되기 때문에 청력이 나빠질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나 소음 노출을 피하고 귀에 독성이
있는 약물 복용을 줄이는 것이 좋으며, 흔히 쓰이는 진통제도 과량 복용할 경우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짠 음식이나 카페인 음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명의 원인이 발견되면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게 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 약물 치료나 상담치료ㆍ소리 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 어지럼증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기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 주변 사물이
나를 중심으로 빙빙 도는 기분… 평상시 건강한 사람이라도 한 번 쯤은 경험
했을 만한 증상이다.
우리 몸의 균형은 말초 신경의 고유 감각과 눈으로 보는 시각, 귀의 전정
기관에서 오는 자극이 뇌에서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진다. 그래서 실제
바닥이 움직이거나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썼을 때도 정상적으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전혀 균형 감각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도 차나 배를 타고
멀미를 했을 때 또는 놀이 공원에서 놀이 기구를 탈 때 당연히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 정상적인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어지럽다고 지속적으로
느끼는 것이 어지럼증 또는 현훈증이다. 대표적인 이비인후과적 어지럼증에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이석증)ㆍ전정신경염ㆍ메니에르 질환이 있으며,
뇌출혈이나 뇌경색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추신경계 질환과 달리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이석증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나 누울 때, 누워서 고개를 돌릴 때 갑자기
핑 도는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게 되는데, 어지럼증은 토할 정도로 심하지만,
보통 30초 이내에 사라지고, 움직이면 다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정 신경염은 과로를 하거나 상기도 감염 이후에 바이러스가 내이를 침범
하여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심한 어지러움이 자세와 상관없이 수 일
동안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눈을 뜨면 세상이 본인을 중심으로 도는 것
처럼 느껴지고, 걸으면 한쪽으로 치우치고 넘어질 수 있다.
메니에르 질환은 반복되는 어지러움과 함께 귀 안에 물이 찬 느낌, 이명이
동반되고 청력이 떨어지는 것이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이비인후과적 어지럼증은 대부분 시간이 흐르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병의 원인을 없애거나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필요
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인간의 몸은 여러 경고 신호를 내보내는데, 가장
확실한 경고인 어지러움을 무시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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