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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장미를 사랑한 이유 (나호열)

clara40 2017. 7. 14. 09:45


        장미를 사랑한 이유

                (나호열)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 된다. 
눈물을 태워 본적이 있는가. 
한 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 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이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