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사랑과 영혼'
- 420년 전 원이 母의 思夫曲 -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두고 당신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없이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 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주세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시라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으며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 적습니다.
이 편지 보시고, 내 꿈에와서
자세히 보여주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 속에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 주세요.
하고 싶은 말이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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