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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오월의 꽃 (박노해)

clara40 2019. 5. 20. 14:21


 

                오월의 꽃

                  (박노해)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 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