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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사랑 (정호승)

clara40 2019. 6. 22. 10:05


                 사 랑

                 (정호승)


        


     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

     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

     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 .

     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 .

     모든 애인들이 끝끝내 지키는 깨끗한 눈물.

 

     오늘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날보다

     원망하는 날들이 더 많았나니.

     창밖에 가난한 등불 하나 내어 걸고,

     기다림 때문에 그대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를 기다리나니 .


     그대는 결국 침묵을 깨뜨리는 침묵.

     아무리 걸어가도 끝없는 새벽 길.

     새벽 달빛 위에 앉아 있던 겨울 산 .

     작은 나뭇가지 위에 잠들던 바다 .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던

     사막의 마지막 별빛 .

     언젠가 내 가슴 속

     봄 날에 피었던 흰 냉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