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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코로나를 물리치다

clara40 2021. 2. 1. 12:35


  외국 여행중 코로나에 걸렸지만, 스스로 준비해서 코로나를

이긴 분의 수기입니다. 주간 조선에서 발췌했습니다.
  이 사람같이 의학 상식 있으면, 코로나에 걸려도 웬만큼 고생

하고 살아날 수 있을듯 합니다. 요새 대기 중 사망자가 늘고

있으니,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팬데믹 망명지 낯선 호텔서 나 홀로 ‘코로나19’와 싸우다]
터키에서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필자는 지난 10월 14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에 걸린 사실을 확인한 곳은 터키 이스파르타(isparta).

터키 동부 아나톨리아 내륙에 자리 잡은, 로마제국 때부터 장미

향수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탈리아로 가기 위해 코로나19

음성 판정 증명서를 떼러 갔다가 거짓말 처럼 양성 판정을 받았다.

- 호텔 방에서 10일간 격리 생활
  필자가 머물던 호텔 관계자가 양성임을 알려왔을때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호텔 매니저가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해 1시간

뒤 로비로 내려갔다. 그러자 필자 눈앞에 호텔로 급속 배달된

코로나19 판정서가 펼쳐졌다.

  종이에 ‘포지티브(Positive)’란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결코 믿을 수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터키인과의 접촉이 없었다.

말도 안 통하는 현지인과 얘기를 나눌 만한 필연적인 상황도

전무했다. 평소 취미인 고대 유적지나 역사 무대를 찾는 것이

터키에서의 일상이었다.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와 달리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곳이 터키의 고대 유적지다. 유일하게 마주치는

것은 방목 중인 소, 양, 염소와 목동뿐이다. 음식도 가능하면 직

만들어 먹었고, 자동차도 장기 렌털했기 때문에 사람과 얼굴을

맞댈 이유가 별로 없었다. 물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터키의 코로나19 검진소는 휑한 벌판에 의자 하나 두고 검사를

실시하는 원시적인 시설이다. 오진했거나 다른 사람으로 오인했을

것이라 믿고, 호텔 매니저에게 재검진을 요청했다. 그러나 허락되지

않았다. 이미 확진된 이상 곧바로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고맙게도 호텔과 병원 어디를 격리 장소로 원하는지

물어왔다. 물론 호텔이다. 병원에 가면 일단 언어 문제도 있고, 음식

문제와 더불어 다른 환자와의 접촉도 필연적이다. 호텔 매니저는

필자를 위한 격리용 방 하나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중에 알았

지만, 호텔 측은 필자의 방이 있던 6층의 다른 방 20개를 전부 비웠다.

10월 14일부터 얼떨결에 호텔방에서의 새로운 ‘팬데믹 망명’이 시작됐다.

- 이탈리아행을 위한 음성 증명서가 화근
  격리 기간은 10일이었다. 14일간 하는 나라도 있지만 터키와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10일로 규정하고 있다. 음식, 휴지, 타월 등의 필수품은

전화를 하면 방문 앞에 두고 갔다. 터키의 보건소에서 약 하나를 보내왔다.

내용을 보니 영양제다.

  보건소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자가 무증상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열이나 기침이 전혀 없다. 격리 첫날 체온은 36.5도였다. 호텔 방에 머무는

동안 수시로 4·7·8호흡을 했다. 4초 정도 코로 숨을 들이마쉰 뒤, 7초 정도

중단했다가, 8초 동안 내쉬는 호흡법이다. 산소도 공급하지만, 폐의 탄력성을

길러주는 호흡법이라고 한다. 평소 수영장과 헬스클럽에서 몸을 단련했지만,

방 안에 있는 동안은 체조를 하면서 몸을 풀었다.

  순식간에 격리생활 10일이 후다닥 지나갔다. ‘진짜’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의 몸 상태 그대로여서 양성 판정이 엉터리란 생각만 들었다.
더불어 전염된 장소를 추정해 봤지만, 어디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몇 날 며칠 1분1초를 되돌리며 곰곰이 되새긴 결과, 어렴풋이 답이

나왔다. 음성 판정 증명서를 받기 위해 돌아다녔던 병원 어디선가 걸린 것

같다. 검진소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문의하며 무려 3일간 여기저기 돌아

다니다가 전염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코로나19 추적 앱 운영하는 터키
  격리 10일이 지난 뒤 이스파르타 의 호텔을 떠나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별 탈 없이 10일이 지났다고 하지만, 양성이란 낙인이 있는 한

정상적인 인간 관계를 맺기 어렵다. 호텔 종업원들이 필자를 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담을 주지 않고, 필자 역시 자유롭게 지내자는 생각에서 북쪽의

고도(古都) 아피온(Afyon)으로 옮겼다. 몸 관리를 할 수 있는 자연

온천이 있는 호텔로 정했다.

  터키는 코로나19 추적 앱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은 무조건 등록

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추적이 가능하고, 호텔이나 공공 교통을 이용할

경우 추적 앱의 고유번호를 알려 줘야만 한다. 필자는 격리 기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미 건강 상태가 정상으로 분류돼

있었다.

- 13일째 몸을 공격해온 바이러스
  몸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아피온의 호텔로 옮긴 지 3일 뒤,

즉 양성 판정 후 13일째 부터였다. 가까운 고대 유적지에서 돌아온

직후인 오후 6시부터 한기가 느껴졌다. 가벼운 어깨 근육통도 시작

됐다.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몸도 데웠지만, 점점 추위가 뼛속으로 파고

드는듯 했다. 감기 때 느끼는 한기와는 전혀 달랐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체온은 36.5도 그대로다. 기침도 없고, 그냥 한기와 어깨 근육통만 느껴

지는 상태다. ‘10일 격리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13일이나

지난 지금은 아니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한기와 근육통 속에서 어렵게

잠을 청했다.

- 폐 속이 꽉 막히는 괴로움
  눈을 뜬 것은 새벽 2시 쯤이었다. 숨 쉬기가 힘들어 지면서 깬 것이다.

폐 속이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을 크게 쉴 수도 없는, 100m를

달린 뒤에나 나타날 거친 호흡이 계속됐다. 숨쉬기가 힘들어 지면서

난생 처음 죽음이 어떤 형상인지 피부로 느껴졌다. 전부 무너지거나

한꺼번에 불타는 식이 아니라 작은 연결 고리가 어긋나면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풍선처럼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헤매다가 벽에 부딪치는

듯한 느낌이다.

  뇌 · 심장 · 신장 · 근육을 비롯한 신체 전부가 튼튼한데도, 숨쉬기

하나가 어려워 질식 사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황당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이 갑자기 한 순간에 몰려왔다는 점이다. 낮에는 약간의

한기만 들었지만, 밤이 되면서 한순간 몸 전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

했다.

필자는 혼자 여행하는 동안 일어날지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찍부터 코로나 준비를 해왔다. 결론 부터 얘기하자면, 3개의 비상

준비물이다. 첫째 스테로이드제다. 인터넷을 뒤지고, 세계보건기구

(WHO)가 공표한 의학 지식을 나름대로 수집한 결과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 코로나19에 나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코로나19 증상 완화를 위해 2주간 복용한 덱사메타손.
  덱사메타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치료에 쓴 약이다. 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10월

15일, WHO(세계보건기구)는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에 듣는

유일한 약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 처방 결과를 알아낸 뒤 곧바로 터키 현지 약국을 찾아갔다.

고맙게도 터키에서는 덱사메타손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필자가 양성 판정을 받기 정확히 1주일 전, 6㎎짜리 2통을 구입했다.

- 사이토카인 폭풍을 막을 아스피린
두 번째로 준비한 것은 아스피린이다. 이미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지만, 아스피린이 코로나19 환자들의 혈액 응고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한 결과이다. 한 알에 100원

정도 하는 진통제 아스피린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에

있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인체 내 면역 체계의

과도한 반응이다.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면서 펼쳐지는 대규모 염증 반응이

코로나19의 치명타이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통해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

하는 경향이 있고, 혈액 응고 작용을 담당하는 혈소판 또한 과 활성화할 수 있다.

  혈액 응고는 산소 공급 차단을 의미한다. 멀쩡하다가도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혈액 응고가 일어나면서 심장이 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코로나19에 걸려

숨진 김기덕 감독이 그 같은 경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정 도언, [2021년 1월 17일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