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ㆍ생활/좋은글 199

[詩] 그날 (서정순)

저녁 8시 40분 '이제 막 운명하셨습니다. 아직 30여 분간은 들을수 있습니다.' ​ 줄줄이 매달아 놓았던 주사 줄을 거두며 의사가 마지막 선언을 했다. ​ 한 손으로 턱을 고여 입을 다물려 주고, 다른 손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 늘 그랬듯 보드랍고 따뜻한 손. 마지막으로 귀가 들릴때 무슨 말을 할까. ​ '당신은 영원한 내 남편, 나는 당신의 유일하고 영원한 아내. 우린 서로 사랑했지요. 그리고 영원토록 사랑할 거에요.' ​ '가서 외롭거든 하느님께 청하세요. "제 아내 요안나를 불러 달라"고... 하느님이 오너라 허락하시면, 한 걸음에 달려갈게요!' ​ 하느님, 가시는 길 멀고 험해도 성모님, 이 사람 손 꼭 잡고 따뜻이 안고 데려가 주세요.

[詩] What is success? - 무엇이 성공인가? (R. W. Emerson)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 절반 이상 (5조원)을 기부하겠다고 엊그제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김 의장이 기부 결심을 하게된 배경의 하나로 그가 좋아한다는 시(詩)가 거론되어 눈길이 갔다. 김의장에게 가장 감명을 주었고 항상 읽는다는 시 ; 미국 사상가 겸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 라는 시를 공유한다. Ralph Waldo Emerson 803-1882 미국) 《What is Success? 》 - Ralph Waldo Emerson To laugh often and much ; To win the respect of intelligent people and the affection of children; To earn the appreciation of..

[좋은글] 계노록(戒老錄) [소노 아야코]

소노 아야코 (일본) ​ 저자 소노 아야코는 1931년 생이며, 나이 40세가 되던 해 부터 나이 들면서 경계해야 할 것들을 메모 형식으로 기록하여 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 발췌한 내용을 소개한다 ​ 1.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 에 대한 기대를 버린다. 이러한 자세는 유아의 상징이고, 나이 들어서는 노년의 상징이다. 남이 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노인이든 젊은이든 철두철미하게 자립해야 한다. 2.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단념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는 점차로 좁아지게 되는데, 이것을 솔직히 받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3. 나이 들어가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

[詩] 김소월의 시

김소월 ​ 김소월(金素月,1902-1934 )은 평북 구성 출생, 본명은 정식(廷湜). 18세인 1920년 에 ‘낭인의 봄’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일본 유학 중 관동 대 지진으로 도쿄 상과대학을 중단했다. 고향 에서 조부의 광산 경영을 도왔으나 망하고, 동아일보 지국을 열었 으나 당시 대중들의 무관심과 일제의 방해 등이 겹쳐 문을 닫고 말았다. 이후 김소월은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며 술에 의지했고, 결국 1934년 12월 24일 뇌일혈로 세상을 떠났다. 유서나 유언은 없었으나, 아내 에게 죽기 이틀 전, "여보, 세상은 참 살기 힘든 것 같구려." 라면서 우울해 했다고 한다. 암울했던 일제 강압 통치시절, 32세의 짧은 생을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가면서 시작( 詩作) 활동을 했다. 성장 과정에서 겪은..

[좋은글] 행복(幸福)에는 정년(停年)이 없다

직장에는 정년(停年)이 있어도 행복(幸福)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어떤 젊은이들은 '노인(老人)에게도 행복과 기쁨이 있을까?' 의심 하지만, 젊은이가 알지 못하는 심오한 행복과 기쁨이 있습니다. 행복과 기쁨은 서열(序列)과 비교의 대상이 아니고 각자 마음으로 만드는 황홀하고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행복하게 보이는 사람도 불행이 있고, 불행해 보이는 이에게도 행복과 기쁨은 있습니다. 노소(老少)를 불문하고 모든 일에 감사 하고 만족하는 고운 마음을 가지면, 행복과 기쁨은 늘 그의 가슴에 있습니다. 젊음에 대한 향수(鄕愁) 그리고 물질에 대한 욕심과 자식에 대한 집착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빈 마음이 되는 순간, 행복과 기쁨에는 서열도 나이도 은퇴도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압니다. 담담(淡淡)한 빈 마음으로 있는 그대..

[좋은글] 실버 취준생 분투기 (이순자)

- 매일신문 : 2021 수상작 - 이글은 내가 62세에서 65세까지 겪은 취업 분투기다. 퇴근 시간이 가까운 취업 창구는 한산했다. 담당자에게 이력서를 내밀자 이력서를 훑어 보던 담당자 입 꼬리에 묘한 비틀림이 스쳤다.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만면에 미소 짓고 대응하지만, 내 눈엔 보인다.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언의 압박. "이력서에 있는 자격증 중 가능한 직종이면 좋고요." "재능이 많군요. 자격증도 많고, 그런데……" 자격증 시대지만, 자격증의 우선 조건은 나이다. "나이가 너무 많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거나요." 환갑을 넘은 취업 지망생에게 자격증은 장식품일 뿐이라는걸 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직원이 뜸 들이는 동안 재빨리 내가 할 수 있는 업종의 경력을 나열한다. ..

[좋은글] 죽음의 5단계 (최준식 교수)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애써 피하려고 하지요.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죽음, 임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마찬가지로 가장 피해야 할 죽음의 모습들은 또 어떤 것일까요? 그걸 알아야 잘 죽고 다시 잘 태어날 것입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최준식"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님이 발표한 글이 있어 함께 공유(共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죽음 학의 권위자인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만큼 죽음에 대해 잘 설명해 주는 분은 아마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한국학과 종교학, 그리고 ‘죽음 학’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 국내 처음으로 ‘한국 죽음학회’ 를 발족시키고 ‘인간 의식 연구센터’..

[좋은글] 죽는것도 실력이 있어야~

친구 아버님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친구가 말했다. "사람이 죽는 것도 실력이 있어야 돼. 그런 면에서 우리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실력으로 끝까지 스승 노릇 하셨어." 고인은 반년 전 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고 한다. 갑자기 닥친 죽음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그 분은 차분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혼자 살 아내를 위해 작은 집으로 이사 하고, 재산을 정리해 자식들에게 선물 처럼 조금씩 나눠 주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사람은 마지막 까지잘 아파야 되고, 잘 죽어야 된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플 비용, 죽을 비용을 다 마련해 놨다. 너희들 사는 것도 힘든데, 부모 아플 비용까지 감당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 아버지가 오랫 동안 준비해 놨으니, 돈은 걱정 말고 나 가기 전 까지 ..

[좋은글] 서울대 합격자 생활 수기 당선작

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고장 난 검은 가방, 그리고 색 바랜 옷. 내가 가진 것 중 헤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오직 책과 영어 사전 뿐이다. 집안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학원 수강료를 내지 못했던 나는 칠판을 지우고 물 걸레질을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며 강의를 들었다. 수업이 끝나면 지우개를 들고 이 교실 저 교실 바쁘게 옮겨 다녀야 했고, 수업이 시작되면 머리에 하얗게 분필 가루를 뒤집어 쓴 채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공부했다. 엄마를 닮아 숫기가 없는 나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 마비이다. 하지만 난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 속에선 앞 날에 대한 희망이 고등어 등짝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였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