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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독후감] 문학수님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읽고 (cello911님)

clara40 2016. 8. 18. 09:04


          문학수님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읽고

                             - cello911님 -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 친절하게도       

'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무겁고 느리게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라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단어에 대한 설명까지 책 표지 뒷면에 적어 놓은
책, 하기사 부연 설명이 없으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아다지오 정도는 알아도...       
  소스테누토, '충분히 눌러', 다시 말해서 '꾹~꾹~ 눌러'라는 의미겠지요.
'꾹꾹 눌러'라고 표현을 바꾸고 나니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
5살도 아직 안된 둘째 딸의 딸이 피아노 레슨을 얼마 전부터 받는다기에
딸 집에 가서 연습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이 어찌나 가늘고 약한지 음 하나를 누르려면 다른 손가락
들이 날라갈 듯 춤을 추고 ~~       
  그 나마 제대로 꾹 누르지를 못하는거예요. 그래서 이 잘난? 하머니가
'모짜르트는 다섯살에 작곡도 했는데'...라고 하면서, 음 하나 하나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라고 지적해 주었거든요.       
물론 이 책을 구입하기 전 이야기...ㅎㅎ 
      
                    LA 다운타운에 있는 LA Phil의 전용 연주홀 Walt Disney Concert Hall 
      
  최근에 발간된 경향일보 기자 문학수님의 저서<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조블의 김성현님께서 블로그에 소개해 주셔서 발빠르게 서점에 달려가 주문
했지요. 사실 이곳 한인 서점에는 음악 관련 신간이 재빠르게 들어오지 않거
든요. 다른 대중성 책들도 워낙 많이 쏟아지니까요.       
  음악에 관한 책은, 미술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에 관한 것을 이야기 하자면
작곡된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은 물론 작곡가가 영향을 받은 시인이나 철학자
까지도 작곡가의 개인사와 아울러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사에 익숙하지
않고, 당대의 철학자나 시인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첼로에게는 왠지
복잡하여 쉽게 읽혀지지 않아서 한꺼번에 다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두고       
마치 교과서처럼 대하게 되는 일이 흔하지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표현하는 언어는 그 어떤 시인이나 작가의 언어보다
아름답고 참신하고, 문장 또한 거침없고 매끈하여 비교적 이해가 쉬웠고 잘
읽혀졌습니다.
  누구에게나 음악을 좋아하게된 동기는 있게 마련인데, 저자는 중학생 시절,
가족처럼 함께 살게된, 그 당시 대학 조교였던 지인(누나)이 클래식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옛날식 전축으로 음악을 듣는 것을 보면서 자란 소년 시절의
추억이 동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도 쓰고, 음악 담당 선임 기자로
일하고 있으니, 취미가 직업이 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을 치렀다는 비엔나의 성 스페판 성당
                         (2009년 비엔나에서)       
  문학수...50대쯤 되는지, 사실 이 분을 저는 최근에야 알았네요.
좀 더 알고 싶은 사람...
저자는 13페이지에 달하는 프롤로그만으로도 첼로를 매혹시켜
버렸습니다. 80년대 초반에 명동 사보이 호텔 옆에 있는 '필하모니'
라는 음악 감상실에 자주 다니면서 숨어서 음악을 들었다는 저자,       
'숨고 싶은 놈들의 천국'이라고 정의한 필하모니, "그곳은 그렇게
비루한 청춘들이 숨어 들어 황홀한 음악에 취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음악은 뇌리에서 씻어내야할
나태한 취향이었다" (필하모니라는 음악감상실은 모르겠고,       
르네상스라는 곳이 지금도 있는지...누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당시, 80년대 초에도 여전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취향을
부르조아적 고급 문화 혹은 허영의 문화로 여겼다고 하면서,"음악은
한없이 마음을 끌어 당기는 매혹인 동시에 단절해야할 허영의 취향
이었다.라는 표현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답시고 음악가들의 자취
찾아서 유럽을 헤메고 싶어하는 '나태한 취향', '허양의 취향'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나불거리는 첼로를 타임머신을 타게 하였습니다.       
  언제 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는지는 잘 기억할 수도 없지만 오페라
아리아를 원어로 부르며 세계적인 지휘자나 연주자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던 큰언니의 영향을 받은 범생?이었던 첼로가 다방이나 음악감상실에
간 것은 대학 시절...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연주회 보다는 그 당시 주로 갔던 곳은
고작해야 학교 앞 다방이었는데, 당시 학교 앞 다방들은 한복을 입은
마담?이 있던 일반 다방에 비해 시대를 앞서 가던 음악 카페였지요.       
지금처럼 카페라는 이름도 별로 사용되지 않던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ㅋㅋ
학교 앞 다방에는 디제이(DJ)라는 사람이 있어서 그의 취향에 따라 6-70
년대 유행하던, 지금도 좋아하는 팝송을 들려 주기도 하고, 어떤 디제이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들려 주기도 해서 그 당시 디제이는 대학생들에게
대단한 인기였지요.       
  시내에는 클래식 전문 음악 감상실 '르네상스'가 있었고, '세시봉'도
있었고, 비슷한 다른 곳이 또 있었는데...  클래식 음악감상실 르네상스,
어디 쯤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고, 컴컴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그곳에
모인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모습, 마치 세상을 다 산 것같은 온갖
고뇌에 가득찬 모습으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지휘자처럼 지휘를 흉내 내기도 하면서, 저자의 표현대로 '나태한
취향 ㆍ허영의 취향'을 누리던 그 모습들, 데모로 얼룩진 그 시절, 물질
로도 정신적으로도 가난하였던 그 시절, 미래를 꿈꾸어 보지도 않았던
그 시절, 상처입고 방황하던 그 젊은 날들...       
  그러나 7-80년대의 그 '나태한 취향ㆍ허영의 취향'의 산물이 21세기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의 현주소가 아닌지...       
자녀들에게 음악 교육을 다른 어느 나라 보다도 많이 시키는 부모님들
덕분에... 
      

          박자(템포)를 맞춰주는 메트로놈 모양의 베토벤의 무덤
                          (2009년 비엔나의 중앙묘지에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Adagio Sostenuto), 사실 음악 용어는 거의가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이기에 몇가지 외에는 사전을 찾아 보기 전에는
잘 알지 못하는 용어들입니다.       
  많은 음악 용어들을 구분한다면 템포(Tempo), 형식(Type), 표현
(expression)이나 테크닉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아다지오는
템포를, 소스테누토는 표현이나 테크닉을 말하고 있을거예요. 아다지오
(Adagio) - 천천히 느리게, 소스테누토(Sostenuto;sustained) - 꾹꾹
눌러서, 그러므로 천천히, 하나하나 꾹꾹 눌러가면서 무겁게 연주하라는
의미겠지요.       
  많은 음악에서 이 용어를 발견할 수 있겠지만, 얼른 생각나는 것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1악장이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입니다.       
(책의 뒤 표지에 있는 강신주님의 멘트에도 이 곡을 언급...)
  대개 1악장은 빠르고 2악장이 느린데, 이 소나타는 1악장이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천천히 느리게, 어둡게, ...달빛이 창백한 호숫가를 산책
하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베토벤은 산책을 즐겼다고 하니까요.

                    베토벤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슈베르트의 무덤

                           (2009년 비엔나 중앙묘지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클래식 음악으로 가는 입구에 있는 '낯익은 이정표들'로
바흐와 헨델을 이야기하고, 하이든을 근대로 가는 징검 다리 역활을 했다고
소개합니다. 하이든이 에르테르하지 궁정 악단을 그만두고 자유의 몸으로       
영국 런던에서 활약하던 18세기 말의 런던의 시대 상황, 신흥 부르조아들이
연주회장에서 음악을 즐길 때 건물 밖에서는 키가 작고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굴뚝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다가 화상을 입거나 지쳐서 잠간 잠들었다가 시꺼
멓게 검뎅이가 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는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저자의 음악에 관한 언어가 매우 매력적입니다. 쇼팽의 음악에 대해서 "쇼팽의
음악에는 조국 폴란드의 민속 음악, 특히 춤곡에서 체득한 '육체성'이 꿈틀거리며...",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바그너를 말하면서는 "바그너는 그렇게 '베토벤'이라는
문신을 자신의 몸에 새겼다." 등등 그의 표현이 얼마나 감각적이고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는지...
 

           비엔나의 중앙묘지에 있는 모짜르트 기념비, 모짜르트의 무덤은

                 어디있는지 모른다고 합니다.(2009년 비엔나에서) 

      

  저자는 고단했던 천재 모짜르트의 삶을 이야기하고, 가난한 떠돌이 슈베르트를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이야기하고서, 베토벤에 대해서는 슬쩍 뛰어 넘어 버립니다.       
그러나 베토벤의 영향을 받았던 19세기 말의 작곡가들 - 베를리오즈ㆍ쇼팽ㆍ
바그너브람스와 말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베토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20세기를 바라보는 드뷔시ㆍ포레에릭 사티로 이어지고, 드볼작이나
스메타나가 아닌 야나체크로 이어지다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쇤베르크로 가고       
차이코프스키를 이야기 하지 않고 쇼스타코비치로 이어집니다.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책인데, 음악가들의 선택이 조금 의외였습니다. 

                               아놀드 쇤베르트의 묘 (비엔나 중앙묘역에서) 

      
  사실 클래식 팬들이 대개는 위에 말한 바흐ㆍ헨델ㆍ하이든모짜르트로 시작해서
슈베르트ㆍ쇼팽ㆍ브람스ㆍ슈만ㆍ베토벤ㆍ드볼작ㆍ스메타나차이코프스키를 좋아
하면서 베를리오즈ㆍ말러ㆍ드뷔시ㆍ야나체크쇤베르크 등으로 넘어가고 싶은데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이렇듯 친절한 길잡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까, 
아니면 그냥 나태하여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고 쓰신 것인지는 몰라도 20세기를 향한 작곡가들을
이렇듯 잘 섭렵해 주고 있으니 이 책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원,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초상"에서는 이 시대 기억해야 될 연주자
들로 클라라 하스킬ㆍ호로비츠ㆍ리헤테르글렌 굴드를, 지휘자들로는 마렉 야노프스키
ㆍ다니엘 바렌보임마리아 주앙 피레스를 피력하고 있는데, 이 또한 조금 의외의 선택
으로 여겨졌습니다.       
  하기사 한정된 공간이다 보니 선택에 선택을 한 것이겠지만... 
 

                                  브람스의 묘 (비엔나의 중앙묘지에서)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그것이 음악 듣기의 궁극이라고 믿는다. 
바흐를 들을 때는 바흐를 만나고, 베토벤이나 슈베르트를 들을 때는
또 그들과 조우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한 개인의 내면을 만나는 일인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
와의 대면이기도 하다. 결국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개인사와 당대사를
씨줄과 날줄로 삼은 '음악의 생애'를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수백 년, 혹은 수십 년 전에 이미 쓰여진 음악을 듣는다 치더라도, 
그 속에는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느껴 왔을 보편적인 희로애락, 당대
와의 갈등이나 타협, 때로는 권력을 향한 옥망 같은 것들이 여전히
살아서 흘러가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언제 부터 음악을 들었냐?" "어떻게 해야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냐?" 라고 접하게 되는 질문이지만, 결코 쉽게
대답할 수는 없는 그 두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하나 하나 천천히,
마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처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클래식의
보편화대중화를 위한 알뜰한 길잡이 역활을 담당할 것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한여름 밤 오페라 향연이 벌어지는 오스트리아의 보덴 호수 (2009년에)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저자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무언으로 우리 독자들에게 인생을 그렇게,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로 살라고 -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체적으로 한국민의 성격이 참 급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여행지에서는 현지 가이드들이 "빨리 빨리"라는 말을 안다고
하지요. 빨리 빨리...       
  참 빨리 빨리 달려온 한국의 클래식 음악계...  클래식 음악의 수백년
전통을 불과 수십년 만에 이 만큼 받아 들이고 이루었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말에 어린 자녀들을 레슨시키러 오는 한국 부모들의 치맛
바람이 거셌던, (물론 한국 부모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못지 않지만)       
뉴욕의 링컨센터에 있는 줄리아드 음악원의 라운지에서는 언제 부턴가
부모들이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몇몇 유명한 클래식 연주자들을 연예인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는 것같은 한국의 클래식 음악의 현주소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처럼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꾹꾹 눌러서, 음 하나
하나를 느리고 무겁게, 그렇지만 3악장의 Presto Agitato 처럼 열정을 다하여
사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주제넘게도...ㅋㅋ 
      
Piano Sonata No. 14 in C-sharp minor
"Quasi una fantasia", Op.27, No. 2,       
(Piano : 이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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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광 소나타'의 1악장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시작 부분 악보 
                                         (image from wikipedia)  
     
               Piano Sonata No. 14 in C sharp minor, op. 27-2 "Moonlight"
                 1악장: Adagio Sostenuto, 음을 충분히 눌러 무겁고 느리게
                 2악장: Allegretto, 조금 빨리 (Allgro보다는 조금 느리게)
                 3악장: Presto agitato, 빠르게, 흥분해서 격양되게 
      
   베토벤은 이 곡을 1801년, 31세의 젊은 나이에 완성하고, 다음 해에
피아노를 가르치던 제자 Countess Giulietta Guicciardi 에게 바쳤다는데,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고 하니, 여자복이 지지리도 없었던
불쌍한 베토벤 아저씨...       
   베토벤은 이 곡에 "sonata quasi una fantasia - 환상곡 풍의 소나타"
라고만 했지만, 비평가 렐슈타프(Ludwig Rellstab)가 이 곡의 제1악장이
마치 '스위스의 루체른 호반의 물결에 흔들리는 달빛' 같다고 표현한 것이
유래가 되어서 "Moonlight Sonata" ("Mondscheinsonate" in German)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데, 이 별명 때문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소나타입니다. 
      
※ 'Well-being'란의 [책]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참고해 주세요. [Cla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