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작은 것에서
(오소희 - '내 눈 앞의 한사람' 저자)
"행복은 작은 것이야. 평범한 일상 속에 순간이라는 이름으로 숨어
있지. 나는
매일 그걸 찾아내려고 노력해."
이를테면, 지금 이 순간 탈 없이 잘 뛰고 있는 내 심장 박동 속에
행복이 있다. 밥 달라고 칭얼대는 아이의 윤기 나는 머릿결 속에,
방금 우려낸 찻물 속에, 양치질하고 난 뒤의 개운함 속에, 썰렁한
농담을 건네는 이의 가벼운 표정 속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오늘의 무탈함
속에 행복이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현재를 음미한다.
'아, 지금 참 좋다!' 이 잦은 멈춤과 음미의 총합이 그날 하루 그들이
능동적으로 찾아낸 행복의 양이다. 그렇게 매일 하루치 행복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성취 지향적인 민족일 수록 행복지수는 낮다. 집ㆍ학력ㆍ돈ㆍ직업….
행복을 큰 성취에서 찾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준이 크고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평범한 일상은 초라함과 열패감을 가져다줄
뿐이다.
나는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끼는 날, 나만의 행복 레시피인 '메모'를
사용한다. 쓰는 행위를 통해 내가 한 일을 보는 것이다. 나는 오늘
설거지를 했다, 커피를 내렸다, 양말을 빨래통에 던졌다, 엄마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인터넷으로 장을 보았다…. 사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적다 보면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 날 조차 결과적으로 내가 많은 일을
해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메모가 그 하루에 대한 자기 평가를 바꿔
놓는 것이다. '와, 그래도 제법 많은 일을 했네?' '내가 안 했으면 다
펑크가 났을 일들인걸.' 내친 김에 조금 더 오버해준다. '참 잘했다.'
'나는 소중해.'
행복은 드문 성취가 아니라 잦은 자족. 행복해 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멈추고 음미한다.
[출처 : 조선일보 '一事一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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