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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그 길 위에서 (곽재구)

clara40 2020. 7. 2. 10:14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지.

 

꽃이 많이 핀 아침을 만나면,
꽃향기 속에서
너게게 편지를 쓰지.

 

언덕 위에선
노란 씀바귀꽃 하모니카를 불고,

실눈썹을 한 낮달 하나
강물 속 오래된 길을 걷지.

 

별을 만나면
별을 깊게 사랑하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깊게 사랑하지.

 

그러다가

하늘의 큰 나루터에 이르면,
작은 나룻배의 주인이 된
내 어린날의 바람을 만나기도 하지..

 

[출처] 그 길 위에서-곽재구 시인|작성자 솔밭

 

곽재구 (시인/순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