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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花香千里

clara40 2020. 4. 29. 09:27


          화향천리 (花香千里)

                  (이경애)

             - 꽃의 향기가 천리를 간다 -



4월, 어느 따사로운 날

나는 앵두꽃 버는 담벼락 아래

꽃색에 취한 듯 무심에 싸인 듯

어쩌면 향기가 될까 싶은 마음으로 서 있다.

너는 너무 멀어서 그리운데,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았는데,

하늘에서 일어난 바람이 땅을 흔들고,

꽃잎이 흩날린다.

수수백백 바람의 낱낱을 세며,

떨어지는 꽃잎에 발등이 아파

마음으로도 걸어갈 수 없어,

천리 밖 화향 자욱한 어느

담 낮은 빈 집에 너를 위리안치 한다.

내 생의 가장 찬란한 봄날이

너에게로 간다.


※ '위리안치' : 죄인이 귀양살이 하는 곳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로 만든 울타리 안에 가두어 지다.


[출처] 화향천리 花香千里 | 이경애

         |작성자 혜성명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