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회상해 보면, 우리들의 신혼생활은 행복했지만 온 민족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독립 투사의 국제 결혼에는 남다른 어려움과 말 못할 사연이 많았다. 특히 결혼 직후 나를 가장 서글프게 했던 일은 하와이 동포들이 나의 남편 에게 '혼자만 오시라'고 초청 전보를 보내왔을 때였다. 그분을 보필했던 동지 들이 '서양 부인을 데리고 오시면 모든 동포들이 돌아설테니, 꼭 혼자만 오시라'는 전보를 두번씩이나 보내 왔을때 나는 수심 가득한 친정 어머니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자기 소신대로 행동하는 남편은 하와이 여행에 서양 부인인 나를 동반해 주었다. 남편은 하와이로 가는 배 안에서 몹시 마음을 죄고 있는 나에게 '이번에는 우리를 환영해 줄 동지가 아무도 없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