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묵는 실버타운 이층에는 일년 전부터 아흔 한살의 노인 부부가 살고 있다. 미국에서 오십년을 살다가 고국에서 죽고 싶어 돌아왔다고 한다. 부부는 수평선에서 붉게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이면 동해 바닷가의 파크 골프장 녹색 잔디밭에 나가 걷는다. 점심 시간이 되면, 공동 식당에서 주는 나물 반찬이 많은 시골 밥상을 맛있게 먹는다. 저녁 어둠이 내리면, 노부부는 각자 책을 읽고 노래도 함께 한다. 아직도 시력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부부는 내가 쓴 소설과 수필집을 빌려 가 매일 몇 시간씩 다 읽었다고 했다. 고마운 독자이기도 하다. 실버타운의 온천탕에서 본 그 노인은 구십대인데도 아직도 허리가 꼿꼿하고 몸매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는 그 노부부는 ‘무엇으로 사는지’ 알고 싶었다. 맑게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