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신문 : 2021 수상작 - 이글은 내가 62세에서 65세까지 겪은 취업 분투기다. 퇴근 시간이 가까운 취업 창구는 한산했다. 담당자에게 이력서를 내밀자 이력서를 훑어 보던 담당자 입 꼬리에 묘한 비틀림이 스쳤다.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만면에 미소 짓고 대응하지만, 내 눈엔 보인다.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언의 압박. "이력서에 있는 자격증 중 가능한 직종이면 좋고요." "재능이 많군요. 자격증도 많고, 그런데……" 자격증 시대지만, 자격증의 우선 조건은 나이다. "나이가 너무 많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거나요." 환갑을 넘은 취업 지망생에게 자격증은 장식품일 뿐이라는걸 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직원이 뜸 들이는 동안 재빨리 내가 할 수 있는 업종의 경력을 나열한다. ..